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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사학력 5.4% ‘짝퉁’박사학위
작성자 : 관리자 / 작성일 : 2021-06-19
파일 :
[중앙일보] 수사 진통! 그물망에 교수 10명 달랑 걸렸다

월간중앙1. 비인증 대학 출신 100명 大추적

■ 최근 5년 ‘學振’ 신고 7,765명 박사 중 미국 비인증 대학 276명 확인

“검찰 조사 대상에는 목사 최다… 학벌 악용 혐의 없으면 수사 제외”
대학·종교계에서 골프계까지…
■ 비인증 대학 분류 기준 모호… 당사자 문제 제기로 이름 공개 중단
■ 정상 참작 여지 충분한 목사·교직원·연예인 등 빼니 그물망 거의 비어


끊어질 듯 끊어질 듯하면서도 고구마 줄기처럼 자꾸만 이어지던 가짜 파문. ‘가짜 찾기 게임’ 같던 이번 파문에 드디어 검찰이 개입했다. 어느 직종이 가장 많이 걸려 들었나? 그 진상.
학벌주의에 사로잡힌 우리 사회의 곪은 상처가 한꺼번에 터지고 있다. 자고 나면 또 다른 인물이 가짜 학력을 털어놓고 있다.


사회적 불신이 깊어지면서 정부 차원의 대응도 본격화됐다. 검찰은 우리 사회의 ‘신뢰 인프라’가 흔들리는 것을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다며 학력 위조 사범에 대한 대대적 수사에 나섰다.

지난 9월13일 현재 학력 위조로 사법처리된 사람은 동숭아트센터 김옥랑 대표뿐이다. 김씨는 비인증 대학인 미국 퍼시픽웨스턴대 학사 학위를 토대로 성균관대에서 석·박사 학위를 받고 단국대 교수로 임용된 혐의(업무방해)로 불구속 기소됐다.



미국 박사 5.4%가 ‘짝퉁’


검찰 관계자는 “김씨의 경우 이력서상 경기여고 졸업, 이화여대 입학 사실이 허위로 드러났고 퍼시픽웨스턴대의 학위가 정상적인 학사 학위가 아닌 줄 알면서 대학원 입학과 교수 임용에 사용해 업무방해 혐의가 인정된다”고 설명했다.

김씨의 혐의가 법원에서 인정되면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500만 원 이하의 벌금형을 받게 된다. 검찰은 일단 허위 학력을 이용해 교수 등으로 취업한 사실이 확인되면 업무방해 혐의를 적용한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업무방해 공소시효는 5년.

지난 8월23일 한국학술진흥재단이 국회 교육위 유기홍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2003년 1월부터 2007년 7월까지 외국에서 박사 학위를 받고 한국학술진흥재단에 신고한 사람은 총 7,765명(943개 대학)이고, 이 중 미국 대학 박사 학위 취득자는 54%에 이르는 4,199명이다.


한국학술진흥재단이 이들 미국 대학 박사 학위 취득자를 대상으로 미국 연방 교육부 인증대학 확인 홈페이지 등을 통해 확인한 결과 비인증 대학에서 박사 학위를 받은 사람은 6.6%인 276명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276명 중 목회학 등 기독교 관련 학위 소지자가 140명으로 절반 이상을 차지하며, 나머지는 경영·교육·예술 등의 전공자가 비교적 고루 분포해 있었다.



228명 중 신학박사 학위자 100명 넘어



자료에 따르면 비인증 대학 박사 학위자 276명이 나온 대학은 모두 23곳으로 미드웨스트신학대가 각 39명으로 가장 많고, 코언신학대 38명, 버나디언대 28명, 헨더슨크리스천대 27명 등의 순이었다.



아메리칸인터내셔널대는 당초 박사 학위 신고자가 41명으로 가장 많았으나 지난 7월 32명이 무더기로 신고를 취소해 단 9명만 명단에 올랐다.



유기홍 의원은 “학벌중심 사회에서 가짜 학위가 판치다 보니 비인증 대학에서 학위를 취득하는 것은 괜찮다는 도덕불감증이 만연해 있다”며 “학위 검증 시스템을 마련해 비인증 대학 학위 취득자를 거를 수 있도록 관련 법규 개정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이 자료를 기반으로 한 기사가 대대적으로 보도되자 한국학술진흥재단에는 해당 대학과 신고자들로부터 항의가 빗발쳤다.


‘항의 폭주 사태’ 이후 한국학술진흥재단은 홈페이지에서 학위 논문 등록자들의 실명을 모두 삭제했다.


한국학술진흥재단의 홈페이지에서는 외국 박사 학위를 신고한 사람들의 출신 대학과 논문을 검색할 수 있다. 기존에는 이를 통해 신고자의 이름과 논문 제목, 학위 취득 학교, 논문 요약 등의 내용을 확인할 수 있었으나 이제 신고자의 이름 대신 신고 번호만 확인할 수 있게 된 것.


한국학술진흥재단의 한 관계자는 “이 논문 정보를 언론사 등이 신고자의 신원 파악 용도로 사용하다 보니 신고자로부터 항의가 잦아 일시적으로 이름을 지웠다”고 설명했다.


한국학술진흥재단은 또, 추가 확인을 거쳐 지난 9월1일 유기홍 의원에게 수정된 자료를 제출했다. 한국학술진흥재단이 추가 확인 후 유 의원 측에 제공한 자료에는 벤자민대학·캘리포니아센트럴대학·캘리포니아신학대학원·미드웨스트신학대학 등에 음영처리가 돼 있고 “이들 대학은 명단에서 제외해야 할 대학”이라고 표시돼 있다.



벤자민대학과 캘리포니아센트럴대학의 경우 캘리포니아주 인증 기관인 BPPVE(Bureau for Private Postsecondary and Vocational Education)로부터 일부 학위 수여 자격을 부여받은 대학이라는 사유로 제외됐다.



또 미드웨스트신학대학의 경우 신학대학 인증 기관인 TRACS(Transnational Association of Christian Colleges and Schools)에서 2004년 11월 인증을 받았으며 2005년 11월 미드웨스트대학으로 명칭을 변경했으므로 비인증 명단에서 제외한다고 씌어 있다.



이 수정된 자료를 정리하면 비인증 대학 박사 학위자는 애초의 발표와 달리 총 228명(5.4%)에 비인증 대학은 19곳으로 줄어든다.



하지만 한국학술진흥재단이 유기홍 의원에게 제공한 1, 2차 자료는 모두 2003년 1월 이후 한국학술진흥재단에 신고된 학위만 기준으로 한 것이므로 그 이전에 신고된 학위까지 합치면 총 인원은 지금보다 훨씬 늘어나며, 그에 따라 가장 많은 신고 인원을 배출한 비인증 대학의 순위도 바뀌게 된다.



임마누엘가톨릭신학교와 성경신학대(School of Bible Theology Seminary & University)의 경우 총 신고 인원이 23명에 달하지만 명단에는 2003년 1월 이후 신고한 인원인 2명만 오른 상태.



캘리포니아국제신학대(International Theological Seminary of California)의 경우 총 신고 인원 26명 중 6명만 표기됐다.



또 킹스웨이신학대는 총 17명에 표기 인원 10명, 그렌포드대학은 8명 중 3명, 미네소타신학대학원은 8명 중 4명만 올리는 식이다.



이 자료에 오른 대학 19곳 중 신학대학이 11곳이나 된다. 2003년 이후 한국학술진흥재단에 비인증 신학박사 학위 취득을 신고한 사람만 100명이 넘는다.


▶ 비인증 대학인 퍼시픽웨스턴대학교에서 학사 학위를 받은 것으로 드러난 김옥랑 씨.

‘짝퉁’ 박사 학위로 현직 교수 임용 최소 10명



서울중앙지검 특수3부(이명재 부장검사)는 2003년 이후 비인증 대학에서 박사 학위를 취득한 이들 중 276명을 대상으로 수사를 시작했다. 하지만 검찰은 조사 과정에서 이 신학박사들을 1차 수사 대상에서 제외했다.



검찰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대부분 개척교회나 중소 교회 목사로 활동 중인데 채용 비리 가능성이 낮은 데다 설교할 때 학벌이 영향을 미치지 않아 수사 대상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연예인도 일단 수사 대상에서 제외했다. 배우가 배역을 따내는 등 연예활동을 할 때 학벌이 결정적 영향을 미치지는 않는다는 것이 검찰의 판단이다. 공소시효를 따지기 전에 연예활동을 놓고 다른 기관의 업무를 방해했다는 혐의를 적용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이런 과정을 거쳐 검찰은 100여 명의 집중 수사 대상을 추렸다. 이들을 대상으로 건강보험공단과 사학연금관리공단의 자료와 대조한 결과 이들 중 20여 명이 국내 대학에 취업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검찰은 이들을 정밀 수사한 결과 절반 정도의 인원이 교수가 아닌 교직원으로 근무하고 있다는 것을 밝혀내고, 이들 역시 수사 대상에서 제외했다.



최종적으로 남은 10여 명은 수도권 및 지방의 4년제 대학 및 전문대에서 교수로 재직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검찰은 일단 이들이 학위를 취득한 비인증 대학이 어떤 방식으로 학위를 내줬는지, 대학의 실태 조사를 벌인 뒤 구체적 임용 경위를 파악할 예정이다. 허위 학력으로 교수 자리를 얻었다면 대부분 업무방해에 해당된다.



개별적 해외 학위 확인은 한국 신뢰도 훼손 우려



검찰은 이들 교수가 비인증 대학의 학력을 학교당국에 제출해 교수로 임용된 것으로 드러날 경우 형사 처벌할 방침을 정하고 지난 9월10일부터 해당 교수들을 소환해 조사하고 있다.



조사가 순조롭게 진행될 경우 추석을 전후해 조사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실명과 정확한 신원의 공개 여부는 아직 확정하지 않았다.



학력 위조 파문이 사그라지기는커녕 오히려 전방위로 확산하자 교육인적자원부는 지난 8월29일 학력 위조 관계기관대책회의를 열고 학위 검증 문제를 논의했으나 정부 차원의 검증 기구 설립보다 임용 주체인 대학이 책임지고 해결하되 유관 기관 간의 협조를 강화하기로 했다.



교육부는 이날 서남수 차관 주재로 법무부·경찰청·한국학술진흥재단·한국대학교육협의회·한국전문대교육협의회·한국교육학술정보원·서울시교육청 등 관계기관과 단국대·동국대·성균관대 등 학위 위조 사건 관련 대학 관계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학력 위조 방지 방안을 논의했다.



참석자들은 인증·비인증 대학의 학위 등에 대한 인정 여부를 정부가 획일적으로 규제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대학 스스로 검증을 강화해야 한다는 데 뜻을 모았다.



이들은 최근 동국대와 단국대의 사례처럼 대학이나 일부 기관이 전체 구성원의 학력 검증에 나설 경우 국제사회에서 해당 대학과 한국의 신뢰도를 훼손할 수 있는 만큼 신중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교육부는 한국학술진흥재단의 외국 박사 신고 제도, 대교협의 학력 조회 서비스, 교육학술정보원의 학위 논문 데이터 제공 등 관련 기관들이 정보 공유를 활성화해 학위 위조를 막기로 했다.



우형식 교육부 대학지원국장은 “앞으로 관련 기관들이 계속 문제 해결 방안을 마련하기로 했으며, 악의적 학위 위조·변조 행위를 발견할 경우 사법당국에 고발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정부, 검증 전담 기관 대학교육협의회 서비스 가동
“혹시 가짜 없나요?” 공무원·공공기관·대학·기업 검증 의뢰 폭주



정부는 학력 검증을 전담할 기관이 없다는 비판 여론을 감안해 한국대학교육협의회(www.kcue.or.kr·이하 대교협)를 학력 검증 대행 서비스 기관으로 지정해 지난 9월1일부터 서비스를 시작했다.



대학·기업·공공기관 등에서 인력 채용 및 인사 관리 등의 목적으로 학력 검증 대행을 요청하면 일정 수수료를 받고 학위 취득 및 학위 수여 대학의 인증 여부 등을 확인해 준다.



중앙부처 공무원의 인사기록을 총괄하는 중앙인사위원회도 중앙부처 공무원 24만 명의 학력과 자격증에 대한 진위 여부를 파악하기 위해 전 공무원을 대상으로 검증작업에 착수했다.



학력 검증 서비스를 시작하자마자 공공기관의 신청이 폭주했다. 대학·기업의 학력 조회 요청도 이어지고 있다.


대교협은 지난 9월4일 오전 9시까지만 500여 명에 대한 학력 조회 신청이 들어왔고, 이 중 공공기관에서 들어온 요청이 39%로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한다고 밝혔다.

대학 의뢰 인원은 33%, 기업체는 28%를 차지했다.

이는 그 동안 공공기관의 학력 조회가 얼마나 엉성하게 진행됐는지 방증하는 것이다.


대교협 관계자는 “지난 1일 학력 검증 서비스 홈페이지를 개설했지만 정식 신청은 3일부터 받았다”면서 “하루 만에 500여 건의 검증 요청이 들어와 우리도 놀랐다”고 말했다. 그는 “적게는 한 자릿수, 많게는 세 자릿수 인원에 대한 단체 학력 검증 문의가 이어지는 상황이어서 시간이 지날수록 요청 인원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것으로 본다”고 덧붙였다.


대교협은 예상보다 학력 조회 수요가 너무 많아 담당 인력을 증원할 계획까지 세웠다. 학력 검증에 드는 비용은 의뢰 기관에 추후 청구할 방침이다.


대교협의 한 관계자는 “신청이 급증하는 것은 ‘얼마가 들어도 상관없으니 허위 학위인지만 가려 달라’는 수요가 여기저기 포진해 있다는 방증”이라고 밝혔다. 그의 말처럼 ‘떨고 있는 가짜’들이 남아 있는 한 가짜 사냥은 한동안 계속될 듯하다.

이원형 월간중앙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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